지난 주 보내드린 메일에서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교수님 강연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여쭈었습니다. 34명의 선생님들이 답변을 남겨 주셨는데요, 설문 결과를 선생님께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이 강연 콘셉트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였는데요, 72.7%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헌법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 방향을 제시하는 강연'이라고 답을 주셨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15.7%의 선생님은 '전문가의 관점에서 헌법과 기본권의 개념을 자세하게 알려 주는 강연'이라고 답을 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은 헌법과 인권 관련 수업을 하실 때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운지였는데요, 가장 많은 선생님들이 '헌법 관련 수업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것에 대한 우려'를 꼽아 주셨습니다. 민주시민으로 가져야할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것인데 정치적인 행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니 학교의 현실이 어떤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6·3 대통령 선거 전에 헌법이나 참정권 관련 계기수업을 진행하실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2/3가 있다고 답을 해주셨습니다.
자유 답변 항목에서는 한 선생님께서 장문의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학교를 다녀서 교실에서 무언가를 시청한다는 것은 당연히 TV를 통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방법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민원을 피하기 위해 교사 개인이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기술 발전의 효용성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남겨주신 선생님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선생님께도 공유 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일 내용 잘 읽었습니다.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에 학교 상황과 수업 시간은 어떠했는지 말씀 드리고 싶어 글 작성해봅니다. 학부모 민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지, 수업시간에 탄핵선고 관련 내용은 가능한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교사로서 학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라의 중대한 일을 학생들이 볼 수 없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사회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실시간 영상을 못 보게 한다면 저의 마음이 불편할 것만 같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으로서 당연히 관심을 갖고 함께 지켜봐야 하는 것이고, 라이브로 보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 일은 정치색과는 무관한 일이기에, 제가 별다른 얘기 하지 않는다면 민원 들어올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탄핵선고 시간이 다가왔고 해당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영상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들이 얘기하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정치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저는 수업을 진행하다가 탄핵선고가 시작되는 시간 직전에 수업진도를 멈추었고 '오늘은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는 날이다. 정치색과 무관한 일이고 이건 나라의 큰 일이기에 쌤이 큰 화면으로 라이브 보여주고 싶지만, 혹여나 다른 말 나올 것을 고려해서 지금부터는 자유시간을 주겠다. 실시간으로 영상 보고 싶은 학생들은 각자의 디벗(교육청에서 지급한 노트북)을 켜서 영상을 봐라. 이어폰 있는 친구는 이어폰을 사용해도 좋고, 이어폰이 없으면 소리 작게 켜놓고 봐도 괜찮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저의 노트북으로 실시간으로 영상을 봤습니다. 중간중간 학생들이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인용, 파면 등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 저에게 질문하면 단어 뜻을 설명하였습니다. 저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헌재 판결을 정치적 메세지로 받아들일 것을 우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또 함부로 쉽게 판결에 대해서 언급을 할 수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 중에서도 헌재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헌재 판결에 대해 무언가 언급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헌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이 조항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헌법을 위배한 판례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최고규범인 헌법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의 추가적인 바람으로는, 학생들이 탄핵선고 영상이나 뉴스를 봤을 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 정치, 법, 경제 관련 용어도 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수업진도에 여유가 생긴다면, 학생들 대상으로 최근 뉴스 기사를 가지고 용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여러 선생님의 도움으로 임지봉 교수님 강연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연 신청 페이지도 곧 준비하여 안내 드리겠습니다.
5월 20일 강연 현장에서 선생님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어느 때보다 길었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는 화요일이 휴일인 관계로 수요일에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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